들어가며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동안 글또(글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개발자 글쓰기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10기 다짐글) 글또는 내가 참여한 10기까지 운영이 되었고 새로운 기수는 모집하지 않고있다. 지원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6개월간 글또 활동으로 여러모로 도움과 영향을 받고 많은 글또 멤버분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게 되어서 공식적으로 활동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3월 30일에는 마치 졸업을 하는 것처럼 아쉬운 마음이 진하게 남기도했다.
애정을 가지고 활동했던 커뮤니티였던만큼, 6개월간 경험했던 것들을 블로그에 남겨두고자 회고를 쓰고있다.
1. 글쓰기
글또는 활동기간동안 2주마다 글 한편을 제출하는 규칙이 있다. 나는 총 12주기 중, 2회의 패스를 사용하고 총 10개의 글을 제출했다. 기술 관련 글 8편과 회고/후기 글 2편을 작성했다. 그 중에는 아래의 2개 글을 꽤 열심히 공들여썼던 기억이 난다.
지원 당시에는 퇴사를 앞두고 있어서 주로 취업준비 기간동안 공부하는 내용을 쓰게 될거라고 예상했는데, 감사하게도 1월부터 현재 직장에 출근하게 되어서 일하면서 필요했던 주제들을 위주로 글을 쓰게 되었다. 단순히 지식 습득을 위해 공부했던 주제보다는 당장 일에 필요해서 공부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게 더 재미있기도 하고 몰입이 잘되었다.
6개월동안 10편의 글을 쓰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글쓰는 행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담감이 확연히 줄었다는 것이다. 2주의 주기를 두고 글을 작성하는 연습을 한 덕도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내에서 멤버들끼리 글쓰기의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고 글또 대장이신 성윤님의 글쓰기 세미나를 들으면서, 점차 ‘좋은 글’에 대한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준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회고를 1달이나 지난 시점에 쓰고있는 것을 보면 글쓰기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ㅎㅎ 새로 알게되거나 경험한 것이 있으면 글로 써야겠다는 사고방식이 자리잡았다.
2. 나에 대해 알아가기
글또 활동을 하며 나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된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삶의 지도 작성과 갤럽 강점 검사가 도움이 되었다.
삶의 지도는 글또 지원시에 제출해야했던 글로,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과거를 돌아보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고싶은가에 대해 탐구해보는 글이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왜 서비스 개발 일을 좋아하는지도 알게되었고, 나의 결핍이 어떤 경험으로부터 왔는지도 깨닫게 되어서 속이 시원한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내 삶의 방향성이나 큰 그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그 필요성도 일깨워준 활동이었다.
갤럽 강점 검사는 쓸모또 소모임 멤버분들의 추천을 받아서 나도 해보게 되었는데 기대보다 더 도움이 되었던 활동이었다. 사진은 내 강점검사 결과인데 상위 5위 강점 중 특히 절친(relation), 책임, 성취 테마가 업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게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글또에서 강점검사가 작은 유행을 하게 되어서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 MBTI대신, ‘OO님 절친 테마 몇위 강점이세요?’ 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 점도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개발자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거나 글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평소에는 생각해본 적 없었던 해외 대학원 진학, 1인 사업 도전 이야기부터, 댄스, 음악, 그림, 순례길 여행, 다양한 분야의 독서까지 — 각자의 취미와 삶을 들여다보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좋은 개발자라면 취미로도 개발을 하고, 기술 서적과 글을 꾸준히 읽어야 하며, 내로라하는 IT 기업만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경험이었다. 일은 즐겁게 열심히 하면서도, 일 외의 삶을 행복하게 가꿔가는 멋진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정말 좋았다.
3. 커피챗과 오프라인 모임들
나는 6개월간 총 12번의 오프라인 만남에 참여했다. 10기 다짐글에서 목표했던 커피챗 횟수가 5회였는데, 무려 목표의 2배를 넘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처음 뵙는 개발자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할지를 잘 모르겠어서 커피챗을 망설였는데, 글또의 작은 컨퍼런스인 백엔드 반상회를 기점으로 더 많은 분들을 직접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같이 10기 활동을 한, 애정하는 전 직장 동료 채은님 덕분에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1~4명 정도의 소규모 커피챗들부터 백엔드인프라 반상회, 프론트모바일 반상회 준비위원회, 소모임 다진마늘의 마니또 모임, 쓸모또의 오프라인 모임까지 다양한 만남을 할 수 있었다. 특히 10기 활동 초반이었던 백엔드 반상회와 마니또 모임에서 수십명의 개발자들이 모여서 이렇게 따뜻하고 즐거운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고, 작게나마 기여하고자 프론트모바일 반상회 때는 준비위원회로 참여하기도 했고 그 경험도 매우 좋은 추억으로 남게됐다.
공식 활동 종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커피챗 약속을 잡고, 온라인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글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 😌
마치며
이렇게 글또에서의 경험들을 정리해보았다. 글을 쓰고 싶은 개발자들이 모여 함께 글을 쓰고, 여행을 떠나고, 커리어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따뜻한 인사와 위로를 주고받는 이런 따뜻한 커뮤니티가 또 있을까 싶다. 글또는 그 자체로 나에게 큰 의미가 되었고, 앞으로 나의 커리어와 삶을 즐겁게 꾸려가는 데 든든한 자양분과 원동력이 되어줄 것 같다.
글또 활동 중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현생에 치여 많은 글을 읽어보지 못한 것이다. 글을 쓰면서 '아직 글을 잘 쓰는 것이 어렵다', '좋은 인풋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다른 분들의 글을 더 많이 읽으며 나만의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을 세워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번주 바쁜데 다음에 쓸까'하는 생각이 들때마다 성윤님께서 말씀하셨던 이야기를 떠올리는데, 우리는 항상 바쁘다는 것이다. 이번주에 어떤 이벤트가 있어서 미룰까 생각하며 다음주 일정을 떠올려보면 회사 일정, 개인 약속, 공부 등 여전히 한가로운 때는 잘 없다. 항상 이 생각을 떠올리며 글쓰기를 미루지 말고 블로그에도 꾸준히 한 달에 한 편 이상 글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한다.
글또 10기에서 만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인연들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Notation > 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또] 10기 백엔드 반상회 후기 (3) | 2024.12.07 |
---|---|
[우테코 7기 프리코스] 1주차 회고 (0) | 2024.10.25 |
[글또] 처음 만난 따뜻한 개발자 커뮤니티 (2) | 2024.10.13 |
[글또] 내 삶의 지도 (7) | 2024.09.22 |
[인프콘 후기] INFCON 2024 (0) | 2024.08.03 |